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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집

3월 8, 2024 0 comments
 갓 스무살이 되어서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작곡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의도라는 게 있었는지도 자세히 기억은 안납니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작곡을 전공하게 되기까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좋았습니다. 아무튼, 작곡을 전공하게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작곡 전공 수업을 들었고, 제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게 된 수업이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굉장한 시간이었습니다.

 매 수업 시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세상에 존재 하는 그 어떤 단어로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교수님께서 마우스 몇 번, 건반 몇 번 누르시면 음악이 완성되었죠.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음악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점점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느날, 정성을 많이 담아서 쓴 곡을 가지고 전공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애착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 곡은 매번 수업시간마다 점차 변해 갔습니다. 더이상 내가 쓴 곡이 아닌 게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죠. 열심히 나름대로 만들어 간 음악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감정은 창작을 해보고, 그걸 가지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을 겁니다. 한 번 쯤은.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교수님께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당연히 그런 기분이 드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어릴적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자신도 물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성장하려면 그런 아집을 깨는 게 꼭 필요하다고 덧붙이셨고요.

 사실 교수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크게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교수님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 건, 제가 오히려 주변에 다른 친구들이 쓴 곡에 대해서 의견을 낼 때 였습니다. '이 부분의 코드는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 '이 멜로디는 코드랑 잘 안 어울려.' 등등. 이런 식의 의견을 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더이상 기분이 상하고 그런 건 없었어요.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항상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떠오릅니다. '다음 수업 시간까지 고민할 시간이 있으니까, 충분히 고민해보고, 원하는 대로 선택해요.'. 이 말씀은 내가 만든 음악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을 주시고 항상 마지막에 하시던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저도 똑같은 말을 제 학생들에게 매주 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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