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Media Icons

의심

3월 7, 2024 0 comments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스물셋 정도일 때 였던 것 같습니다. 그 날은, 정말 친하게 지내왔던 형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어쩌면, 20대 청년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야기 였을 수 있습니다. 새벽까지 같이 음악을 만들다가 집에 가기 전에, 아직 타고 남은 아쉬움 조각이 남아서 마저 태우고자 실없는 이야기를 하던 게, 심오한 이야기로 흘러간 거 였죠.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재미로 사는지, 뭐가 제일 재미있는지... 어릴 적에는 무엇을 하고 놀았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뭐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는 것에 썼는지... 저에 비해서 그형은 정말 취미도, 관심사도, 즐기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아쉬움을 다 태울 쯤, 음악을 안 한다면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이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형은 일단 돈을 벌고, 게임을 즐기거나 술을 마시면서 살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워낙 술도 게임도 좋아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대답이었죠. 반면에 저는 딱히 뭔가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딱히 취미 생활도 없었고, 술은 좋아했지만, 이 형 만큼 죽어라 마실 정도는 아니었고, 게임을 하는 것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목적이었지, 게임 자체가 큰 재미는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당기는 선택지는 아니었죠. 
 이 대화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기 전까지 계속 생각을 했습니다. 음악은 정말 내 삶에서 당연하고 너무도 익숙해서 그걸 하지 않는 생활이 너무나 와 닿지 않고, 취미이자 직업인.. 그런, 정말 복잡한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까지 손길이 닿게 되었더니, 이제는 음악을 내가 습관으로 하는 건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때를 떠올리니, 그 당시 제가 저런 생각을 한 게 충분히 이해됩니다. 아직 너무나도 어렸지만, 오히려 항상 음악에 진심을 다했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고민의 결론을 깔끔하게 문장으로 정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해결 된 고민이 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별 시덥지 않은 고민을 했던 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댓글

Related Posts

{{posts[0].title}}

{{posts[0].date}} {{posts[0].commentsNum}} {{messages_comments}}

{{posts[1].title}}

{{posts[1].date}} {{posts[1].commentsNum}} {{messages_comments}}

{{posts[2].title}}

{{posts[2].date}} {{posts[2].commentsNum}} {{messages_comments}}

{{posts[3].title}}

{{posts[3].date}} {{posts[3].commentsNum}} {{messages_comments}}

Recent Comments

CONTACT